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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공황장애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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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토피 상위 1%의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다. 생후 3개월부터 시작된 아토피는 24개월인 현재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이의 피부를 볼때마다 나는 스트레스로 숨이 막혀왔고 일주일에 세번은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했으며 피부보습을 위해 좋다는 로션이며 크림은 모두 사들였다. 

 

 유모차를 밀고 놀이터라도 가면 동네 할머니들은 애가 왜그러냐고 계속 물어볼 정도로 과도한 관심을 받았다. 물어보는데 그치지 않고 아토피에는 꿀이 좋다는 둥 코코넛 오일을 발라주라는 등 온갖 오지랖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였다. 나는 슬슬 놀이터에 가는 것이 싫어졌다. 

 

 그냥 평범한 어린아이로 봐줄 수는 없는 건가. 아토피 없이 건강하면 좋겠지만 태생이 그러한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나는 속으로 울화가 치밀지만 겉으로는 화를 낼 수 없어서 속앓이만 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겨울아침.

나는 유모차를 밀고 다시 병원에 간다. 인기 선생님들은 예약이 빨리 끝나서 아침타임만 시간이 있었다. 병원갈때마다 문밖을 나설 때마다 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속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 가야만한다. 아토피는 어린아이용 완치약은 아직 없지만 약을 처방받지 않으면 밤새 가려워 할 아이를 위해서 내 컨디션은 신경 안쓴지 오래였다. 

 

 병원에 다와갈 무렵 나는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앞이 깜깜하고 몸이 추워지면서 어지러워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병원입구에 기대서 유모차를 부여잡고 울었다. 내가 쓰러지면서 유모차에 탄 아들이 걱정됐고 집에 있을 딸아이가 엄마없이 크는 건가 라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 와중에 전화를 받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다가 119에 전화해서 간신히 응급실로 갈 수 있었다. 

 

 내 건강에 문제가 생겼구나. 숨쉬기 힘들고 가끔 심장이 아픈느낌이 있었는데 심장병인가. 아니면 힘들어서 실신한걸까. 쓰러지고 나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둘을 낳고 건강검진을 한번도 받지 않았는데 내가 무심한 사이 죽을 병이 걸렸나보다 생각하니 두 아이가 눈에 밟혔다. 

 

 나는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몸을 돌본 적이 있던가. 내 기분을 위해 돈을 투자 한적이 있었나. 

왜 이렇게 살았을까.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건강검진을 마쳤지만 몸에 이상은 없었다. 육아하는 동안 운동을 한적이 없어서인지 체지방량만 증가한 상태고 나는 건강한 상태였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네이버를 검색해본다. 나와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런데 내 검색 결과는 내가 공황장애 상태라고 말해준다. 내가? 연예인만 걸리는 병아닌가? 

 

 

 공황장애란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다. 

 

 공항장애에 대한 최초로 기록한 사람은 영국의 심장내과 의사인 J.A.Hope로 심장학 교과서에 공황장애 환자에 대해 "환자에게 이보다 더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은 없었다.그는 자신이 기질적 심장병으로 죽고 말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포로 몸서리쳤다. 환자의 그러한 생각은 떨쳐버리기 몹시 힘들었는데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을 불러일으킨 신경증적상태로 인한 우울과 절망감이 그의 상상을 더욱 부채질 했기 때문이다. "라고 저술 했다.

 

 실제로 내 생활은 우울과 절망감의 연속이였다. 피가 날때까지 긁어대는 아이를 막기 위해 다리를 붕대로 감고 손을 맞잡고 잠들었다. 하루종일 긁지 못하도록 지켜봐야 했고 보습을 위해 두시간마다 로션을 발라줘야 했다. 이렇게 아이와 실갱이하고 자기 위해 침대에 누우면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다. 그렇게 내 정신은 서서히 병들고 있었던 것이다. 

 

 겨울에 심장이 아픈것도 급성심근경색이 아니였다. 공황발작이였다. 난 공황발작 이전에도 버스를 타거나 차에 타면 답답함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마트에 가면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 그냥 홧병이겠지라고 무심코 넘긴 나의 안일함이 나를 공황장애 환자로 만들었다. 공황발작 후 한달은 그때의 공포감이 너무 무서워 병원근처도 가지 않았다. 

 

 공황장애 증상은 

 

1. 심장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2. 땀이 갑자기 많이 난다.

3. 몸이 떨리거나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4. 숨이 가쁘고 막히는 느낌이 든다.

5. 질식할 것 같다.

6.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7. 토할 것 같거나 속이 불편하다.

8. 현기증, 머리띵함, 어지럼증이 있다. 

9. 주위가 비현실적인 것 같고 자신에서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10. 자제력이 상실되거나 미칠것 같아서 두려운 느낌이 든다.

11. 오한이 있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12.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12가지 모두 해당되었다.

공황장애에 무지한 나는 어지러움은 빈혈인 줄 알고 철분제를 사먹었다. 보험을 더 가입해 둘까 생각도 했지만 내가 공황장애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황장애는 하루에 몇번씩 나타나기도 하고 1년에 몇번 발생할 수도 있다. 대부분 10분 이내에 급격한 불안과 함께 나타나며 30분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1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인구의 2%내외에서 발생하는 공황장애는 20,30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가족력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나를 돌보기로 했다. 

답답함을 없애줄 차를 구입하고 가끔 절에가서 기도도 드리고 까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내는 것만으로도 많이 좋아졌다. 아직 주말에 마트가는 건 힘들지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공황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해 주셨으면 한다. 

공황장애를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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